“화전을 확 바꿉시다”


“서울이 지척인 대학가인데 동네가 왜 이래? 공간은 50여 년 전 시곗바늘에 걸려있다. 70∼80년대가 배경인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한다면 이보다 더 제격인 세트장이 또 있을까. 서울을 지척에 두고, 전철역은 물론 대학교까지 품고 있는 동네인데 말이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실렸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얘기입니다.


대학의 역세권은 지역경제가 꽃을 피우는 문화의 중심입니다. 동교동, 화양역, 휘경역이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광운대역으로 바뀐 이유도 대학이 만들어내는 젊은 이미지 때문입니다. 2000년대 들어 서울의 대표적 상권으로 부상한 홍대입구역처럼 종종 지나친 상업성에 가려져 면학 분위기의 저해를 걱정할 정도입니다. 각종 규제로 개발이 억제된 화전지역은 오히려 그와 반대입니다. 경제를 위해선 어느 지역이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게 중요합니다. 소비자의 지갑이 열려서 돈이 잘 흘러가야 경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동네 음식점에 손님이 붐벼야 사장님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영업이 잘되는 인테리어 사장님이 찾는 호프집의 매상이 늘어 그 집 사장님은 종업원을 더 늘이고, 소득이 생긴 종업원은 헤어숍, 커피숍을 더 찾게 되고, 편의점도 더불어 성업하면서 새로운 가게가 생겨납니다.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 이게 제대로 된 경제입니다. 물론 소비자 편익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올해는 우리 대학이 1952년 부산에서 개교한 용산을 거쳐 1963년 이곳 화전을 터전으로 삼은 지 꼭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때 지역민들과 더불어 번성했던 대학가인 이곳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철 개통으로 캠퍼스 정문이 바뀌면서 오히려 화전은 피폐해졌습니다. 학생들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아 지역의 경제가 가라앉은 겁니다. 대한민국 민간항공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 하면서 지역과 고락을 나눠 온 대학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합니다.


화전은 항공과 우주 첨단학문을 하는 한국항공대가 곧 브랜드입니다. 대학 문화의 거리로 바꿀 풍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천이 미흡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앞둔 지금은 지역 이미지를 항공우주 종합대학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화전 거리를 대학인들의 안식처로 바꾸는 데에는 지금의 낙후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캠퍼스 문화거리를 구현하는데 빼곡하고 혼잡한 빌딩 숲에서 맛보기 힘든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航大 가족 여러분!

우리 대학은 이달 24일부터 옛 대학 거리의 낭만을 회복해 지역문화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때맞추어 우리 대학과 고양특례시가 공동으로 신청한 2023 경기도 역사‧문화 생태관광 융합 콘텐츠 개발 공모사업에서 화전마을이 1순위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학생 여러분의 화전 ‘착한 가게’ 발굴을 계기로 화전 지역을 대학 문화의 거리로 바꾸는데 탄력을 더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 대학의 총학생회,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뿐 아니라 11항공단과 공군 학군단도 동참 의사를 밝혀 주셨습니다. 화전의 부활이 성공하려면 5천여 항대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입니다.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공급자만이 경쟁에서 생존·성장하는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소비가 늘어 화전의 상권이 회복되면 우리 구성원들의 캠퍼스 문화도 달라지고,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성공 신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화전을 ‘航大의 거리’로 확 바꿉시다. (끝)




<총장메세지>

-[총장의 메시지_16] 어렵게 배운 게 오래 갑니다.
-[총장의 메시지_15] 영웅이 많아야 대학의 문화가 바뀝니다.
-[총장의 메시지_14] 장교리더쉽의 재발견
-[총장의 메시지_13] "올해는 명문 대학 부할의 혁신 원년 입니다"
-[총장의 메시지_12] 202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환영사 "인생의 여정은 대학이 출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