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 인간? 그런 거 없습니다.


평균과 분산. 여러분이 배운 평균값(mean, μ)과 표준편차(σ)는 정규분포를 설명하는 통계량입니다. 성적, 소득, 만족도, 키, 체중처럼 세상의 모든 현상이 정규분포라면 이해하기 한결 쉽습니다. 통계학이 일단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시작되는 이유입니다. 설명하긴 쉽지만, 사람과 사람 간에 평균적인 인간이란 존재할까요? 사람 능력을 판단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1940년대 말, 미 공군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트엔진 개발로 속도가 빨라지고 조종이 복잡해지면서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하루 17건의 추락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엔 조종사 과실로 돌렸지만, 기계의 오작동과 장비의 결함이 없더라도 조종사 책임만이 아니란 건 확실했습니다. 조종석이 문제였습니다. 시트의 규격과 모양, 가속페달과 기어, 앞 유리의 배치 거리, 헬멧의 모양까지 수십 년 전 조종사의 평균에 따라 설계되어 있었으니 커진 체격이 문제였습니다. 1950년 공군은 대대적인 신체 측정에 착수해 140가지 항목의 각 평균값으로 조종석을 설계해 안전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라이트 공군기지의 항공의학연구소의 과학자 대니얼스(Gilbert S. Daniels) 중위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평균적인 조종사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는 먼저 4,063명의 키와 가슴둘레, 팔 길이 등 가장 중요한 10개 항목의 치수를 측정했습니다. 이 평균값으로 ‘평균적 조종사’를 각 평균값과의 표준편차가 30% 이내인 사람을 표본으로 정했습니다. 측정된 평균 키는 175cm이지만 ‘평균적 조종사’의 키를 170cm에서 180cm로 정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수치를 평균적 조종사의 수치와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공군에서는 대다수가 평균치에 들 걸로 봤습니다. 조종사는 외형상 평균 체격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에 대니얼스도 깜짝 놀랐습니다. 10개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4,063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10개 항목 가운데 임의로 3개를 골라, 이를테면 목둘레, 허벅지 둘레, 허리둘레만을 비교해봐도 3개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경우는 3.3%가 안 되었습니다.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건 없었습니다. 평균적인 인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 대니얼스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이보다 7년 전 지방신문 <클리브랜드 플레인 딜러>는 건강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전형적 여성상 ‘노르마(Norma)’와 신체 치수가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회를 열었습니다. 노르마는 유명한 부인과 의사 디킨슨(Robert L. Dickinson)이 젊은 성인 여성들의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만든 조각상. 그는 15,000명의 평균값이 여성의 전형적 체격, 즉 정상 체격을 판단하는 지표라고 믿었고, 당대의 과학자들 역시 그의 생각과 같았습니다. 어느 유명 인류학자는 노르마의 체구를 인체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했고, 예술가들은 노르마의 아름다움을 찬양했으며 체육 담당 교사들은 이를 젊은 여성의 이상적 표상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운동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1945년 9월 23일, 드디어 마사 스키드모어라는 늘씬한 흑갈색 머리의 백인 여성이 우승자로 뽑혔습니다. 신문에선 스키드모어가 춤, 수영, 볼링 등 취미까지도 여성 체형에 어울린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대회 전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신체 치수가 평균치에 근접해 박빙의 승부를 점쳤습니다. 그런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9개 항목 중 5개 항목인 경우에도 3,864명 여성 중 평균치에 든 건 40명도 안 되었고, 9개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스키드모어를 포함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 관계자들은 이 결과를 놓고 미국 여성들은 대체로 건강하지 못하고 몸 상태가 나쁘다고 결론 짓는 분위기였습니다. 대니얼스만은 그러나 달랐습니다. “평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특징이 본래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평균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를 씁니다. 교육은 아예 정규분포로 표준화된 틀에 학생을 가두고 ‘평균 이상’이 될 것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대학입시에서는 똑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서 성적순으로 뽑습니다. 더 나은 방법이 달리 없어서 그럴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은 그런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평균은 한 가지 잣대로 줄 세웠을 땐 가능합니다. 사람의 재능, 세상 살아가는 역량은 신체 치수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똑같은 지능이라도 그 내용은 제각각입니다. 90점이면 붙고 85점이면 떨어지는 현실에서 시험문제 잘 풀어 서울대를 간 친구를 부러워할 건 없습니다. 평균 점수, 평균 등급, 평균 재능을 추종하는 현실에선 인간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구현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평균적 인간? 그런 거 없습니다. 방학 중 읽어볼 만한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평균의 종말 : 네이버 도서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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