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재 식별법


취업 시즌입니다. 인재의 확보는 사업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기업마다 채용팀이 바쁘게 오갑니다. 총장실까지 찾아오는 걸 보면, 요즘 뜨고 있는 우주항공업계, 방산업계의 인적자원 확보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대학가는 구직난인데, 이쪽 업계는 구인난입니다. 노동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기업은 원하는 인적자원의 가치를 판단해 근로조건과 연봉을 제시하고, 구직자가 이를 받아들이면 고용은 성립됩니다. 공급자 측이 불리한 불균형 시장이 대부분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주산업이나 방산, 인공지능과 바이오, 반도체나 IT 솔루션 업계처럼 경우에 따라선 사람 구하는 측이 더 아쉽습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인력난을 겪는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도 많고, 유망한 업종과 기업에 초점을 맞추면 청년들이 성장 기회가 풍부한 직장을 선택할 여지도 많습니다. 아쉬운 건 산업계와 대학 간의 정보 불균형입니다.

아무래도 산업계의 까다로운 요구를 대학이 충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했으면 입사 후 재교육이 없도록 “제대로 된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산업계의 해묵은 불만에 2010년 정부가 나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까지 개발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국가가 직종마다 대학이 교육할 콘텐츠까지 정하는 게 딱하지만, 현장과 강의실의 괴리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모두 1,083개의 NCS가 개발되었습니다. 여기엔 클라우드 플랫폼이나 수소연료전지, 스마트공장 등의 첨단 일자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업계의 공통된 직무능력의 핵심 요소는 지식, 기술, 그리고 태도 세 가지입니다. 공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여기에 기반해 직원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사람 뽑을 때 지식에 대한 요구는 전공학과에서 취득한 학점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계량화하기 힘든 스킬과 태도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습니다. 전문기관마다 개발한 다단계 면접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할 만큼 기업이 신경 쓰는 이유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학생들은 NCS가 개념화하고 있는 직무역량을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소통과 자원관리, 문제해결, 정보처리, 조직의 이해, 자기 계발, 대인 관계와 기술 능력, 직업윤리 등 직업인들에게 공통으로 요구되는 역량을 10가지로 정해놓고, 여기에 기반해 원하는 자원을 가려내기 위한 채용 절차와 면접표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NCS는 취준생에게 기업이 원하는 직무능력에 맞춰 스펙 쌓는 부담을 줄여주고, 대학은 업종에 맞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진 이 제도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숨 가쁜 디지털 전환기에 탁상에서 정해놓은 매뉴얼로 개인마다 잠재된 역량을 평가하는 일이 어디 쉽겠습니까. 태도(attitude)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 아니라 일에 대한 성취욕구, 매너와 직업관, 긍정적·적극적 마음가짐처럼 심리적·내면적 태도가 기업마다 조직문화에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스킬(skill)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이론적·전문적 능력의 영역인 ‘하드 스킬’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소통하는 능력,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실천하는 ‘소프트 스킬’을 포함합니다. 사실, 기업은 지식으로 무장된 기술자보다 조직의 리더를 더 원합니다. 여기서 리더란 실행력, 창의성, 리더십, 뚜렷한 목표 의식, 대인 관계, 비전 등 이른바 소프트 스킬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소프트’란 의미로 이 요소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조사보고서 에선 당시 설문조사에 응한 미국 경영자 표본의 92%가 소프트 스킬을 직원 유지, 리더십, 조직문화 형성의 핵심기술로 꼽았습니다. 이건 기업뿐 아니라 모든 세상살이에서 자신을 위한 덕목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팀의 주장으로 각광받는 것도 득점을 올리는 하드 스킬뿐 아니라 동료의 마음을 움직여 승리로 이끄는 소프트 스킬이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원재료는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경험이 원재료입니다. 이 원재료로 무엇을 만들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소프트 스킬은 경험에서 배우고, 통찰력을 키우며, 지속해서 스스로 잠재력을 구현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모든 기술을 말합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틀,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세상을 배우는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강의실에서 학우 간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생활의 성패를 가르는 2%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에선 이걸 충분히 가르치지 않습니다. 편안함과 성장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고교 시절까지의 지난 12년처럼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교육의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대학생에겐 스스로 성장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기회가 그만큼 적습니다. 위험과 도전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활발한 동아리 참여와 봉사활동, 건전한 아르바이트와 여행, 독서와 토론은 모두 대학생 시절에 소프트 역량을 강화하는 지름길입니다. 사실, 자신의 가치는 본인이 제일 잘 압니다. “내가 경영자라면 나를 고용할 수 있을까?” 그 자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업도 귀하를 찾고 있던 인재로 판단할 겁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래의 자기계발서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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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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